이 책은 사랑에 관한 책이 아니다.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한 자기 치유, 테라피에 가깝다. 글쓴이는 A라는 남자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 나아가 집착의 병적인 형태까지 드러내지만, 그것은 철저히 묘사의 영역에 머문다. 이 지점이 독특하다. 이 책에서 묘사는 묘사일 뿐, 그 이상으로 확장되지 않는다. 그저 이를 활자로 옮기는 글쓴이만 존재할 뿐이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마지막 몇 페이지다. 작가는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라고 자문하지만, 그렇지 않다. 소멸해버릴 열정을 붙잡아 기어이 글로 써 내려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치다. 완벽에 가까운 마무리다. 책을 덮기 직전, 스피커에서 Pharoah Sanders의 ‘Love Will Find a Way’가 흘러나온 건 우연이 아니다. 이 책에 가장 가까운 사운드트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