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파더에 관한 이야기

얼음이 살짝 떠 있는 믹스커피 같은
진흙탕 위를 레인지로버 한 대가 지나간다.

차 안, 제프(아담 드라이버)와 에밀리(마임 비아릭)는
오랜만에 만날 아버지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오고 가는 여러 이야기 사이
자동차 옆으로 스케이트를 탄
두 명이 지나갔고, 제프는 말한다.

“스케이트를 타는 애들은 어디에나 있어”
발을 굴러 바퀴를 굴리고,
미끄러지는 판자 위에 몸을 맡기는 스케이트.

나는 스케이트를 타 본 적이 없다.
대신 편하면서 동시에 아슬아슬한
놀이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안다.
가족 관계도 그러하다는 것을 알고.


아버지(톰 웨이츠)는 자식 둘이
찾아오기 쉽지 않은 길을 지나는 동안
아버지로서 역할 준비를 한다.

읽었는지 모르는 여러 도서를
바닥에 무대 장치처럼 쌓아두고.

연극이 시작하기 전,
무대가 장막에 닫힌 것처럼
소파를 담요로 덮어 감추고.


차에서 내린 제프와 에밀리가
아버지 집 문을 두드린다.
첫 번째 노크에서
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다.

준비가 덜 된건지,
의도적으로 문을 천천히
열어주는지 모르겠다.

두 번째 노크에서
드디어 창문 안으로
아버지 그림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셋의 연극이 시작한다.


아버지는 시골 한구석에 살며
가끔은 도움이 필요한 듯한 캐릭터를,
아들은 그런 아버지에게 도움을 주는 캐릭터를,
딸은 그 사이에서 거리를 조율하는 캐릭터를.


“물로/차로 건배해도 돼요?”
“가짜야. 중국에서 산 롤렉스야”
같은 유머러스한 장면이 많다.
그 중 ‘아버지(Father)’ 에피소드에서
내게 가장 좋았던 장면 세 가지를 말해 본다.


첫 번째는 아버지와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에밀리가
얼음을 부탁할 때다.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버지가
두 자식에게 물에 얼음을 담가줄지 물어본다.
머뭇거리다 에밀리가 얼음을 넣어 달라고 한다.
호의를 받아줘야겠다는 생각이었을까.

얼음은 아버지가 맨손으로 담은 무언가이다.

두 번째는 아버지의 도끼질이다.

제프와 에밀리가 집 안에서 나란히 앉은 순간이었다.
둘이 붙어 앉자, 공간의 분위기가 청문회처럼 바뀐다.
아버지는 노련하게 도끼를 들어 둘 사이를 가른다.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둘 사이에서 도끼질한다).

마치 본인이 공격의 대상이 아닌
도움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듯이.
웃기면서도 슬픈 장면이었다.

마지막으로 에밀리의 질문이다.

아버지의 책 장 속에서 책 한 권을 꺼내면서 묻는다.
“아버지도 ‘무슨 무슨 책’을 읽으시네요?”

나는 혹은 당신은 어떤 제목을 가진 책으로 보이고 싶은가.
‘혼자서도 잘해요’ 뭐 그런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