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휴가를 마치고 돌아간 사무실에는
예상대로 업무가 산더미였다.

업무가 손에 익은 지 오래라
손쉽게 밀린 체크 박스를 하나씩 채웠다.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긴장감이나, 날카로움 같은 감각이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무겁고 축축했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죽어야 사는 여자처럼,
일해야 사는 남자. 어쩔 수 없나 보다.

사무실에서 축축한 정신을 말리고 건조하는 동안
집에는 휴가 때 구매한 물건이 하나씩 도착했다.

1.

‘프레쉬쿠피’에서 산 니카라과 원두.
커피에 관한 기억의 첫 장에서
떠오르는 향과 흡사하다.
고소한 향이 나면서 동시에 산미가 느껴지는.

10년 전 대학생 때도 다니던 카페다.
사장님이 여전히 친절하시고, 열정적이다.
10년 넘게 지속되는 무언가는
저마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2.

사장님이 추천한 멜리타의 드리퍼.
다른 드리퍼에 비해 산미를 더 잘 잡아준다고 한다.

커피가 흘러 내려가는 통로가
바닥이 아닌 옆면에 있는 게 특징이다.

3.

노르딕 파크에서 구매한 커피잔 세트.

빈티지 제품 특유의
세월을 거쳐 톤다운된 빛깔이 마음에 들었다.

4.

우탱 클랜의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슈프림 클라이언텔 2.

슈프림 클라이언텔 1을 사고 싶었지만,
구하기 힘들기에 2부터 구매했다.

5.

작년 말, 여러모로 충격적이었던 앨범.

6.

요즘 뿅뿅 사운드가 즐비한 힙합 장르, 귀가 힘들다.

키드밀리는 그러한 트렌드를
자기 식대로 풀어내는 진귀한 아티스트.

7.

‘아구스틴 페레이라 루세나’라는 아티스트의 LP.
전적으로 김밥레코즈의 코멘트 때문에 구매했다.

8.

세컨드 트랙에서 구매한 다니엘 시저의 ‘케이스 스터디 01’

다니엘 시저의 모든 작품 중
케이스 스터디 01을 가장 좋아한다.